메리루 Marylou

.처음엔 정통 하드보일드 느와르였다. 요부가 사내를 유혹하여 제 방으로 끌고가 애정행각을 벌이는데, 홀연 사내는 여인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윽고 그는 근육질의 몸매로 바뀌어 허공을 헤매이다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다. 요행히도 이상한 나라를 지배하던 마녀를 그의 대단한 물건으로 해치운 후, 그는 영웅으로 추앙되고 사람들은 그의 가공할 물건을 기리며 기념상을 세운다. 그러나 이 문제적 화끈남의 무용담은 비리비리한 사내의 입에서 나온 것이었으니.
그림자 인형 놀이를 컷아웃 기법으로 채용하기도 하고, 울뚝불뚝한 인형 애니메이션에 약간의 두께를 지닌 평면 인형 오브제를 동시에 등장시키는 등 갖가지 기법들이 유쾌하게 혼성되어 있다. 회오리 바람에 날려가듯 여인의 몸으로 빨려들어 도달한 알록달록 이상한 나라는 '오즈의 마법사', 바로 그 동네였으며 깡통 로봇이 그토록 원했던 심장은 쉽게 헌납된다. 만 18세 이상을 위한 성인 애니메이션이지만, 빠른 템포로 이곳저곳을 숨가쁘게 쏘다니기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뒷북치기 십상이다. (1998년 제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나호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