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전선의 기억 Memories from the Eastern Front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루마니아군이 정성 들여 만든 사진첩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운 좋게도 우리에게 답이 있다. 루마니아 육군 6연대가 동부 전선에서 사진첩을 제작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군의 시선’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다. 군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후대를 위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어하는지 말이다. 영화는 다른 기록물들에서 가져온 텍스트를 이용해 이 침묵 속의 사진첩이 갖고 있는 흐름을 조직적으로 깨뜨린다. 일련의 사진이 숨기려 한 것을 폭로하는 텍스트다.

장편 <데드 네이션 The Dead Nation>(2017)과 유사한 형식을 취한 이 다큐멘터리는 오래된 사진과 텍스트만을 이용해 1941년부터 이듬해까지, 루마니아 군대가 나치와 동맹을 맺고 내린 결정의 결과를 보여준다. 루마니아 라두 코르네 준장의 전쟁 일지와 로시오리 6연대의 사진첩은 냉전 시기의 낡은 이미지와 기억일 뿐이지만 영화를 거쳐 현재로 새로이 태어난다.
(2022년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문성경)